촬영물도 카메라 구동 기록도 없이 난 1심 유죄, 항소심이 파기하다
한 문단 요약
매장 CCTV 영상과 피해자 진술만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의뢰인의 휴대전화에서는 촬영물도, 사건 당시 카메라 기능이 켜졌다는 기록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무소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언제 기수에 이르는지에 관한 대법원 기준을 앞세워, 수사기관이 촬영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만들어 두지 않았다는 점을 항소심에서 항목별로 짚었습니다. 항소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촬영이 시작되어 휴대전화에 영상정보가 입력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사건 경위
찍은 사진이 없다는 말을, 1심에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찾아오신 시점의 상황을 사무소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2024년 7월 제주의 한 화장품 판매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의뢰인은 매장 안을 돌아다니다가 손님 두 명의 뒤에서 휴대전화를 든 채 허리를 숙이는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손님 한 명이 이를 보고 항의했고, 의뢰인은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수사기관은 의뢰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영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검사는 촬영이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보아 미수가 아닌 기수로 기소했습니다. 1심은 매장 CCTV에 찍힌 행동과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 측의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뒤에서 그 의사에 반하여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하였다.
이 사건이 놓인 자리
- 011심은 매장 CCTV에 찍힌 의뢰인의 행동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촬영이 실제로 이루어졌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그 판단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 02피해자 한 명은 1심 법정에서 의뢰인의 휴대전화 화면에 녹화 중임을 뜻하는 빨간색 버튼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범행 현장을 직접 본 사람의 진술은 법정에서 무게가 큽니다.
- 03수사기관이 의뢰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심은 촬영물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정을 무죄의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04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촬영한 파일이 기기에 파일 형태로 남지 않아도 기수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촬영이 시작되어 피사체의 영상정보가 기기 안의 주기억장치에 입력되면 그 시점에 기수에 이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파일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무죄가 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 05항소심에서 새로 내놓을 수 있는 증거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1심이 이미 본 기록을 가지고 결론을 바꿔야 했습니다.
대응 과정
01다툴 쟁점을 기수 시점 하나로 좁힘
-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기수가 되려면 촬영이 시작되어 피사체의 영상정보가 기기의 저장장치에 입력된 상태에 이르러야 합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도10677 판결).
- 이 기준에 따르면 법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실은 의뢰인이 휴대전화를 들고 허리를 숙였는지가 아니라, 그 순간 카메라가 작동해 영상정보가 휴대전화에 입력되었는지입니다.
- 항소심에서 다툴 쟁점을 이 하나로 좁히고, 나머지 사정은 모두 이 쟁점에 걸어 정리했습니다.
02수사기관 포렌식 결과에 빠진 항목을 지목
- 수사보고서에는 의뢰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검사했으나 이 사건 관련 영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습니다.
-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보고서에는 분석 대상을 어떻게 확보했는지만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영상이 삭제된 내역이 있는지, 사건 당시 카메라 기능이 켜진 내역이 있는지, 수사기관이 그런 사항을 조사하기는 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었습니다.
- 검사가 기수를 주장하며 근거로 든 수사기관의 포렌식 결과 안에, 정작 기수를 인정할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항목별로 지적했습니다.
03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이 검토되지 않은 점을 지적
- 수사기관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디지털 증거를 추출한 뒤 그 무결성을 검토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기록에 없었습니다.
- 촬영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검사는 촬영 시각을 확인하거나 무결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CCTV에 찍힌 행동만으로 촬영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증명해야 할 쪽이 증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록 면수와 함께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04목격 진술이 기수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
- 피해자는 녹화되는 빨간 버튼을 보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은 녹화 대기 화면에서도 그 버튼이 빨간색으로 보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 대기 화면 상태에서 피해자를 향해 초점이 맞았다 하더라도, 그 화면이 휴대전화의 기억장치에 저장되는지에 관해서는 기록에 드러난 바가 없었습니다.
- 공소사실에 함께 적힌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그런 목격 진술조차 없었습니다. 진술 하나가 두 사람 몫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결과
항소심 원심파기 (기수 부분 증명 부족)
항소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들에 대한 촬영이 시작되어 의뢰인의 휴대전화 저장장치에 영상정보가 입력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사기관의 포렌식 결과에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검토했다고 볼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녹화 버튼을 보았다는 진술만으로는 의뢰인이 촬영 버튼을 눌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1심 판결은 파기되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어야 하고,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항소심은 이 원칙을 촬영 사실의 증명에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검사는 항소심 판결에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처분문서와 대화 내용은 의뢰인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가린 뒤 게시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확보된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사례가 비슷해 보이는 다른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