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
남에게 맡겨 둔 기기를 그 사람이 냈다면 나에게도 참여권이 있는가
본범이 수사에 대비해 자신이 쓰던 하드디스크를 제3자에게 맡겨 숨기게 했고, 그 제3자가 증거은닉 혐의 피의자로 입건되자 이를 임의제출한 사안입니다. 수사기관은 임의제출한 제3자에게만 참여권을 보장했습니다. 대법원은 본범에게까지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판시사항
-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 피압수자로 취급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 [1][다수의견]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피압수자에 더하여 임의제출자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란, 피의자가 압수·수색 당시 또는 이와 시간적으로 근접한 시기까지 해당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하고, 달리 이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피의자를 그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압수·수색 당사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법상 권리의 귀속에 따른 법률적·사후적 판단이 아니라 압수·수색 당시 외형적·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사실상의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2][다수의견] 이러한 정보저장매체의 외형적·객관적 지배·관리 등 상태와 별도로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3][반대의견] 강제처분의 직접 당사자이자 형식적 피압수자인 정보저장매체의 현실적 소지·보관자 외에 소유·관리자가 별도로 존재하고, 강제처분에 의하여 그의 전자정보에 대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소유·관리자는 참여권의 보장 대상인 실질적 피압수자라고 보아야 한다. 이때 실질적 피압수자가 압수·수색의 원인이 된 범죄혐의사실의 피의자일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그 기기를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참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실무 해설
수사에 대비해 하드디스크를 제3자에게 맡겨 숨겼는데 그 제3자가 임의제출한 사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디지털성범죄 사건은 아니지만 전자정보 압수 법리는 이 분야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 대법원은 과거에 그 기기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참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압수 당시 기기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며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한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스스로 지배를 포기하고 은닉한 이상 실질적 피압수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기준이 확고히 닫힌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법관 세 명의 반대의견은 관리처분권자라면 피의자가 아니어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보았고, 참여권자의 범위는 여전히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기가 압수될 당시 누구의 지배 아래 있었는지, 맡긴 것인지 넘긴 것인지 버린 것인지의 사실관계가 참여권 주장의 성패를 가릅니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제17조 /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118조, 제121조, 제122조, 제123조, 제129조, 제131조, 제218조, 제219조, 제307조, 제308조의2
참조판례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1170 판결